최근 들어 밭에 일주일에 겨우 한 번씩 갔습니다.
그런데 무 잎이 한창 자라고 있는 요즘, 비가 자주 오지 않더라고요.
걱정되는 마음에 오랜만에 밭에 들러 물을 주었고
그렇게 어쩌다 보니 이번주는 밭에 세 번이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부지런한 텃밭지기 분들은 매일매일 들러 김도 매고 물도 주고 고랑도 수시로 정비하시던데, 저는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텃밭을 가꾼 지 5개월이 좀 지난 지금은 매일 들르는 분들의
깔끔하고 잘 관리된 밭을 보면
'텃밭지기의 정성과 시간이 그대로 밭에 반영되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고추모종 정식 86일 후, 김장무(가을무) 파종 21일 후
물만 주러 잠시 다녀온 날입니다.

꽤 가물었던 시기임에도 잡초들은 끈질기게 돋아납니다.
조만간 무를 솎아주면서 잡초도 뽑아야겠구나 생각합니다.
벌레 먹긴 했지만 그래도 무 잎들이 많이 커지고 새 잎들도 속속 자라 나오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벌레에 점령당한 잎들은 속수무책으로 가운데 잎맥이나 줄기만 남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정말 너무 속상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보다 벌레가 훨씬 더 자주 작물에 들르는데 당연한 결과죠...🥲
청양고추마저 빨간색을 넘어 까만색으로 변하고 있었는데
왜 저렇게 색이 변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말라가는 것일까요? 병이 든 것일까요?
원인을 찾아보는 중입니다.


그래도 잡초라도 정리할 계획을 세우며 밭에 물을 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추모종 정식 89일 후, 김장무(가을무) 파종 24일 후
잡초를 정리하러 밭에 들렀습니다.
오후 6시가 넘어서 가게 되었는데, 이게 패착이었습니다.
아직 낮은 무덥고 여름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지만
해는 꾸준히 짧아지고 있으니까요.

이미 사진도 어둑하니 해가 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일단 밭을 전체적으로 살펴봤는데요.
싹이 돋아난 자리들은 벌레 먹었든 아니든 본잎이 나와 자라고 있지만
씨가 빗물에 쓸려내려 간 건지 싹조차 돋지 않은 자리에는 잡초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바로 위 사진의 왼쪽에서 두 번째 두둑이 그런 예입니다.
한 두둑 정도 잡초 정리를 했을 즈음, 모기를 간과했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아무리 잡초를 뽑아내도 옆 밭에 방치된 잡초들이 있는 한 계속해서 잡풀 씨앗이 날아와 번지는데요.
아마 풀들 사이에 숨어있던 모기들이 덤빈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오늘은 더 이상의 작업이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 다음날 아침에 다시 들르기로 하고 사진만 좀 찍고 돌아왔습니다.






고추모종 정식 90일 후, 김장무(가을무) 파종 25일 후
전날 못한 밭일을 마저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밭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텃밭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저보다 더 이른 시각부터 나오셔서 부지런히 각자의 땅을 일구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서둘러 일을 시작했습니다.

잡초를 정리하며 보니까
무가 안 자라서 잡초로 덮인 두둑이 몇 군데 더 있고,
반대로 파종한 씨앗이 모두 잘 자라서 서로의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는 무 싹들도 꽤 되더라고요.
청양고추와 풋고추 사이의 무 두둑들은 고랑을 너무 넓게 낸 탓에 무 싹이 잘 자란 두둑들도 허전해 보이고요.
그래서 텃밭 구조변경도 오늘의 작업 목록에 추가했습니다.
오늘 할 일
1. 잡초들을 정리한다.
2. 두둑 세 개 사이의 고랑을 높여서 두둑의 면적을 넓힌다.
3. 너무 가깝게 자라는 무들을 솎아낸다.
4. 솎아낸 무들을 넓어진 두둑에 옮겨 심는다.
무는 모종으로 심기보다 씨앗 파종을 하는 작물이라서 옮겨 심은 개체들이 잘 적응하고 자라 줄지 확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솎아낸 녀석들은 옮겨 심지 않으면 더 자랄 수 없으니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한번 도전해 봅니다.
일단 잡초를 제거합니다.





이제 삽과 쇠스랑을 가지고 두둑 세 개를 하나로 넓게 합칩니다.

잡초 정리 후 깨끗해진 다른 고랑들의 흙을 삽으로 떠와서 구조변경 대상 고랑에 붓고,
쇠스랑으로 고랑의 흙을 평평하게 잘 골라주면 되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애초에 두둑을 꽤 높게 만들어 둔 탓에 완전히 판판해지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그럴싸한 모양새는 갖추었습니다.
이제 솎아낸 무들을 넓어진 두둑과 휑한 두둑 빈자리에 옮겨심습니다.
낮이 되면서 해가 점점 뜨거워지니까 과정샷을 많이 못 찍더라도 빨리빨리 작업을 진행하는 데 집중합니다.

비록 너무 한낮이 되어버린 탓에
옮겨 심은 후 바로 물을 줘도 잎들이 시들시들해서 잘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응원하는 마음으로 물을 흠뻑 주고 작업을 마무리합니다.

지난번에 보고 원인을 찾아 헤맸던 검어진 청양고추들은
결국 왜 그렇게 되었는지 찾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가서 건드려보니 꼭지만 줄기에 붙어 있고 열매는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지더라고요...
그 김에 구멍 난 고추들도 따서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9월이 되어도 아직 한낮은 너무 덥네요.
그래도 깔끔해진 밭을 보니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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