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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도시 농부 텃밭 일기

도시 텃밭 - 고추모종 정식 13주차, 무 파종 3주차 : 올가을에는 무농사만 짓기로 했습니다.

by 파 다음의 네 음계 2024.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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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텃밭일기에서 시금치를 심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봄부터 여름까지의 농사를 돌이켜 보니 아무래도 시금치를 키우는 것은 어렵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애초 저의 계획은 경작 난도가 낮은 당근과 근처 텃밭 주인분이 나눔 해주신 감자를 제외하고는 상추, 깻잎, 부추, 쑥갓, 양배추 등 엽채류만 길러 먹는 것이었습니다.
힘에 부치거나 쉬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텃밭 가꾸는 재미를 느끼려면 제가 공을 들일 수 있는 만큼만 심어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열매작물이 없는 저의 밭에 대해 주변 텃밭 주인 분들께서 한두 마디씩 조언을 해주셨고, 매주 들은 조언들이 쌓여 결국 방울토마토와 고추를 사다 심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 뒤로 개인적으로 바빠지는 바람에 열매작물과 엽채류들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습니다.
결국 텃밭을 가꾸고 작물을 직접 재배해 먹는 재미는 줄어들고 힘들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금치까지 기르는 욕심을 내느라 신세를 망치지 않기로 했어요.
고작 시금치 좀 더 기른다고 뭐 그리 힘이 더 든다는 거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텃밭을 시작한 올봄에 비해 지금은 일상 자체가 너무나 바빠졌고
별일 없는 한 앞으로도 올 한 해 동안은 이런 분주함이 계속될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올 가을 텃밭은 무만 열심히 길러보기로 했습니다.

고추모종 정식 81일 후, 김장무(가을무) 파종 16일 후

청양고추와 풋고추가 붉게 물들어가고, 무 잎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텃밭 전경입니다.
노을질 무렵에 들렀더니 사진이 전체적으로 붉게 나왔네요.

텃밭 전경

고추들은 가까이 다가가보니 특히 풋고추가 벌레 먹은 것도 많고 무른 것도 많았습니다.
빠르게 수확하면서 불량 개체들을 정리하느라 고추가 얼마나 물렀는지, 어떻게 벌레 먹었는지는 사진으로 찍어오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상강, 그러니까 첫서리가 내릴 때까지는 더 길러보려고 했는데, 단단한 청양고추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풋고추는 그전에 정리를 해야 할 듯합니다. 아쉽지만 이제 풋고추는 보낼 때가 된 모양이에요.

그래도 아직 단단한 열매를 열심히 맺고 있는 청양고추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가을무가 기특합니다.

청양고추와 무 잎

하지만 뿌듯함도 잠시, 텃밭을 가꾸며 배운 점 중에 한 가지 진리가 무 잎에도 적용되고 있더라고요.
바로 "맛있고 건강한 작물은 벌레들이 먼저 알고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배정받아 가꾸는 텃밭은 친환경 농사만 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비닐 멀칭이나 농약 사용이 불가능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무농약 작물 재배가 되는데요,
사람보다 벌레들이 먼저 맛을 보며 무농약 작물임을 검증해 줍니다.

벌레먹은 무 잎
벌레먹은 무 잎

벌써부터 여린 무 잎에 벌레가 먹은 것을 보니
김장배추는 심지 않기를 잘했다 싶습니다.
엄마께서 제 일과로는 무농약 밭의 배춧잎에 낄 벌레를 제대로 방제할 수 없을 거라고 진작부터 무만 심으라고 추천하셨거든요.
역시 엄마 말씀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텃밭 가꾸기도 덜 힘들어집니다.
엄마 최고!


전반적으로 오늘 텃밭 상태를 보니까 다음 주쯤에는 잡초정리도 한번 더 해주고 밭에 와서 풋고추를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겠어요.

이렇게 다음 주 텃밭작업 계획을 세우고 나서 밭에 물을 흠뻑 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물을 준 뒤 텃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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