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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도시 농부 텃밭 일기

도시 텃밭 - 모종 정식 10주차 : 가을농사 준비 & 초간단 공심채 볶음 만들기

by 파 다음의 네 음계 202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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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나고 입추도 지났지만 아직 무더위는 맹렬하게 초보 농부를 위협합니다.
하지만 저는 벌써 초겨울에 담글 김장을 준비합니다.

고추, 방울토마토, 공심채 등 여름에 기르던 작물들을 계속 키우면서 밭의 일부에만 김장채소를 심는 방법도 있을 테고,
사실 그렇게 다양한 작물을 기르는 텃밭지기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한 작물로 텃밭을 뒤덮으면 수확시기도 한꺼번에 닥쳐오고, 아무리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요리를 해도 결국 밭주인의 입만 가지고는 다 먹을 수 없거든요.

하지만 김장 담글 때 쓰는 '포기'를 기본 백 단위로 헤아리는 집에서 자란 저는 도시 텃밭 경작이 처음입니다.
첫 김장채소 농사의 풍흉을 섣불리 가늠할 수 없지요.
그래서 아예 김장무 밭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애당초 김장배추 모종과 김장무 씨앗을 사다가 심을 생각이었는데, 김장무 씨앗만 직파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양배추 두둑에 배추애벌레가 끼어 풍요로운 가계를 이룬 이후,
그 구역에 공심채를 심어도 어디선가 나타난 같은 애벌레가 또 잎을 먹고, 다른 두둑의 공심채로 번지고...
게다가 저는 봄에 비해 바빠진 탓에 자주 밭에 들르지 못하게 되었는데요.
분명 김장배추에도 낄 그 애벌레들을 예방하고, 사람의 눈을 피해 잎 뒷면에 송골송골 맺힌 애벌레 알을 잡아 없애는 것이
그나마 풍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저의 노력일 텐데
그건 제게 거의 불가능한 과제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장무를 심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모종 정식 61일, 공심채 파종 65일, 시금치 파종 57일 후

일주일 만에 밭에 들러보니 그사이 자란 잡초들로 인해 진입할 때부터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잡초로 이뤄진 울타리

2주 전에 두 사람의 인력과 장장 두 시간 반을 들여 대대적으로 잡초 제거를 한 덕분에 밭에 새로 돋은 잡초는 이제 어렵지 않게 제거할 만한 수준이 되었지만,
그때도 엄두가 나지 않아 방치했던 밭 앞 쪽은
길고 무성하게 메운 잡초들이 울타리를 이루었습니다.

뒤쪽에 보이는 밀림은 지주대를 너무 짧게 세운 탓에 왕성하게 자란 대추방울토마토가 사방으로 뻗어 형성된 것인데요.
지주대에 의지하지 못하고 뻗어나가다 보니 방울토마토가 맺혀도 그 무게 때문에 열매가 흙에 닿기 일쑤입니다.
무성한 잎에 가려 볕도 잘 못 받으니 익는 데도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고요.
어차피 이제 김장무 밭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 뽑아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솔라시도의 김장무 파종 준비

1. 공심채 뿌리째 뽑기
2. 방울토마토 뿌리째 뽑으며 지주대도 뽑기
3. 잡초 제거
4. 장마를 거치며 평탄해진 두둑과 고랑 다시 제대로 만들기
5. 퇴비 뿌리기
6. 풋고추와 청양고추에 물 주기




대추방울토마토와 공심채는 뽑혀나갔지만,
성장이 더뎌 지주대만큼 밖에 못 자란 풋고추와 청양고추는 아직 달린 채로 자라나고 있는 열매들이 많아서 더 길러볼 예정입니다.
풋고추와 청양고추 입장에선 완전 럭키비키인 걸까요?
아니면 뽑혀 죽으나, 사람에게 먹혀 죽으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이니 큰 차이가 없는 것일까요?
실없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은 뙤약볕 아래에서 밭일을 하기가 너무 힘이 들기 때문일 겁니다.

폭염에 대비해 챙이 넓고 목덜미까지 그물망 형태의 가림막이 있는 모자를 쓰고, 찬물에 적신 수건도 목에 두르고, 냉장고 바지와 쿨토시도 착용했습니다.
시원한 이온음료 600ml들이 두 병과 생수 500ml들이 한 병도 준비해 갔지요.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로 더욱 고약해진 무더위는 사람의 목숨도 위협하기 때문에
'30분 노동' 후 '10분 그늘 휴식'의 루틴을 유지하며 일했습니다.
일하다 너무 힘들 땐 30분이 다 지나지 않았더라도 일단 그늘에 가서 이온음료와 물을 마시며 쉬었고요.
그렇게 좀 쉬고 나서 다시 일을 하다가 아까 정해둔 30분이 경과했다는 알람이 울리면 또 쉬었습니다.
오전 11시 반이 넘어가면서 해가 점차 뜨거워질 땐 노동시간을 25분으로 줄이고 쉬는 시간을 15분으로 늘리기도 했지요.
다행히 3시간쯤 지나니 계획했던 밭일이 다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사이 물과 이온음료도 동이 났고요. 허허.
그래도 별 탈 없이 계획한 일도 마치고 가지고 간 음료들도 음식물 쓰레기 없이 깨끗이 다 마셨으니 가뿐하고 뿌듯합니다.

정비 후 텃밭

이제 집에 가서
혹시 후숙이 될까 싶어 가지째 잘라온 대추방울토마토들과 솔찬히 자란 청양고추 몇 개, 뿌리를 제거한 공심채를 손질해서 정리해 둡니다.
공심채는 아예 볶아서 반찬을 만들었어요.
초간단 레시피 공유합니다.


공심채 볶음 만들기

<준비물>
공심채, 다진 마늘, 식용유
(매콤함을 추가하고 싶다면 청양고추도 원하는 만큼 썰어 넣습니다.)

<양념재료>
굴소스 한 숟가락, 진간장 한 숟가락, 설탕 한 숟가락, 된장 한 숟가락, 약간의 물

<조리법>
1. 공심채를 씻습니다.
저는 농약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물에 전부 다 담가두고 하나씩 집어 흐르는 물에 씻었습니다.
줄기가 갈라져 나온 부분 위주로 씻었는데, 애벌레 똥이 있을까 봐 잎도 한 번씩 흐르는 물에 훑어줬어요.

2. 공심채의 잎과 줄기를 분리합니다.
한꺼번에 같이 볶으면 잎은 너무 금방 익고 줄기는 좀 더디 익어서 비슷한 식감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3. 분리한 공심채 줄기를 먹기 좋은 길이로 자릅니다.
저는 초간단 레시피를 지향하기 때문에 잎은 자르지 않고 그냥 넣고요. 줄기도 칼이나 가위로 깔끔하게 자르지 않고 그냥 손으로 뚝뚝 끊어줍니다. 대신 손톱 밑이 까매져요. 하하.

4. 양념을 만듭니다.
위에서 소개한 양념재료를 섞어서 양념을 만듭니다.

5.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습니다.
군침 도는 마늘향이 솔솔 납니다.

6. 공심채 줄기를 넣고 함께 볶습니다.

7. 줄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양념을 붓고 공심채 잎을 넣어 볶습니다.


저는 프라이팬이 작아서 잎을 몇 차례에 나눠 볶느라 색이 균일하지 않지만, 나름대로 먹을 만합니다.
그러나 만약 큰 프라이팬에 넣고 한꺼번에 잘 볶을 수 있었다면
저는 이런 색이 될 때까지 볶지 않았을 겁니다.
너무 많이 익히면 -특히 줄기가- 질겨지더라고요.🥲
딱 이 색이 되기 직전까지 볶으면 덜 질기고 훨씬 먹기 좋았을 듯합니다.

공심채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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