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주차 텃밭일기는 없습니다.
17주차에는 텃밭에 한 번도 못 갔기 때문이지요.
본격적인 장마철에 개인적으로 바빠진 일정까지 겹쳐 지난 한 주 동안에는 텃밭에 걸음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장마철에는 잡초가 작물보다 더 빠르고 튼튼하게 자란다는 이야기를 누누이 듣게 되니,
못 가는 만큼 걱정이 커진 한 주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파종 후 18주차.
잡초를 제거하겠다는 일념 하에 아침 일찍 채비를 하고 밭으로 갔습니다.
들깻잎 파종 125일, 모종 정식 47일, 공심채 파종 51일, 시금치 파종 43일 후
오랜만에 들른 텃밭.
상상 이상으로 무성하게 우거진 밭을 보고 놀랐지만
놀라 서있는다고 잡초가 달아나진 않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래도 잡초들 사이에서도 대추방울토마토들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었고, 고추도 실하게 영글어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대추방울토마토 알은 미처 밭에 들르지 못한 사이 익다가 익다가 흙바닥에 떨어지기도 했더라고요.






깻잎은 언젠가부터 벌레가 먹는 게 더 많아져서 이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텃밭을 시작하며 파종한 작물들 중 가장 마지막까지 밭을 지킨 녀석은 잎들깨가 되었네요.

일단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대추방울토마토들은 좀 색이 덜 물들었어도 후숙시켜서 먹기로 하고 따왔습니다.


중간수확이긴 하지만
청양고추와 대추방울토마토가 생각보다 소출이 상당했고, 깻잎과 풋고추도 기대 이상의 수확량을 거뒀습니다.
이제 깻잎들을 뽑아 정리하고 잡초를 뽑습니다.
깻잎 뽑은 자리에도 뭘 더 심으면 좋겠지만,
8월 중순쯤 다시 밭을 재정비해서 김장무를 파종할 계획이라 일단은 비워두기로 합니다.

깻잎을 정리하다가 숨어있던 메뚜기도 발견했습니다.
그냥 찍으니 잘 안 보여서 밝기를 최대치로 높여 찍었습니다.
메뚜기를 만난 건 정말 오랜만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물론 메뚜기는 놀랐겠지만요.
이 날 잡초를 뽑는 사진은 없습니다.
한여름이라 그런지 아침 일찍 밭에 갔는데도 이미 진작에 해가 떠서 너무 더웠기 때문에
두 시간 정도 후 잡초제거를 완료한 사진만 겨우 찍었습니다.

덥고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깨끗이 잡초를 뽑고 나니 텃밭이 참 깔끔해져서 뿌듯하네요.
혹자들은 풍성하게 작물이 자라 빽빽하니 잎이 무성하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을 보는 게 텃밭 가꾸는 재미라고들 합니다.
그것도 좋지만, 텃밭에 그만큼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못하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좀 휑하고 허전해 보여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뿌리고 거두는 게 딱 좋거든요.
봄에 텃밭을 시작하며 심은 상추, 부추, 쑥갓, 잎들깨, 감자, 당근, 양배추들을 돌이켜 보면
상추와 당근 정도만 끝까지 온전하게 키우고 누렸구나 싶습니다.
부추와 감자는 욕심만큼 잘 키워내지 못해 작황이 좋지 않았고,
심지어 쑥갓과 깻잎과 양배추는 거의 벌레에게 무료 나눔을 한 수준이었거든요.ㅋㅋㅋㅋㅋ

이제 남은 장마와 무더위를 지나고 나면
크게 욕심내지 말고 김장무를 파종해 정성껏 돌보며
초겨울 김장철에 작은 보탬이나마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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