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파종한 작물들이 대부분 왕성한 성장세를 보이는 11주차.
초보 텃밭지기가 심은 양배추는 톡토기와 애벌레에게 시달리느라 이제야 모종 크기로 자랐습니다.
곧 장마가 올 텐데 아쉽지만 올봄 양배추 농사는 글렀구나 싶어요.
장마 후에는 텃밭을 싹 정비해서 김장채소들을 심으려고 하는데요.
그때 봐서 텃밭에 자리가 남으면 한번 더 도전해 볼까 합니다.
사실 이번 11주차 초반에는 개인적으로 무척 바쁜 일들이 많아서 밭에 잘 들르지 못했는데
뒷밭 주인 어르신께서 물주며 돌봐주신 덕에 자리 잡은 작물들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심은 고추와 방울토마토는 적응기를 거치는 중인지 아직 길이나 잎, 꽃이 많이 자라진 못했습니다.
파종 74일 후, 모종 정식 6일 후
양배추가 좀 더 자랐지만 여전히 모종 크기를 면치 못합니다.
잎 뒷면을 살펴 알을 제거하고 보이는 족족 잡고 잡아도 애벌레 가문은 자꾸 번성하여 제 양배추를 먹어대고요.



다음번에 양배추 농사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면 그때는 미리 집에서 계란판에 파종한 뒤 모종 크기로 키워서 노지텃밭에 정식해 볼까 합니다.
양배추를 뽑아낸 후 장마기간 동안에 심을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유튜브에 찾아보니 콩 종류도 있던데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콩에 마음이 잘 가지 않아서 공심채를 심어 보기로 했습니다.
공심채
공심채는 모닝글로리라고도 불리며
습하고 더운 지방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장마철에 키우기 적합하다는데요.
작물 특유의 향이 거의 없어 잎과 줄기를 볶아 먹으면 아삭하고 맛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공심채를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실제로 본 적도 없어요.
그렇지만 주변에 대만 여행을 다녀온 분께서 볶음요리로 먹었는데 괜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찾아보니 줄기 가운데가 비어있어서 어떤 나라들에서는 카페 음료 제공 시 친환경 빨대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주에 뒷밭 주인 어르신께서 추천해 주신 농자재 가게에 가서 공심채 씨앗을 사 왔습니다.
혹시 지난주 심은 모종들 중 적응을 못하거나 해서 더 이상 키우기 어려운 작물이 생기면 그 자리에 심으려고
농자재 가게 사장님께 연중재배 가능한 종으로 주십사 말씀드리고 시금치 씨앗도 한 봉 사 왔어요.
고추와 방울토마토 모종을 심던 날 다른 텃밭 주인분께서 지나가시며 보시곤
고랑들이 넓고 많이 비어있으니 시금치를 심어 먹어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셨거든요.



양배추를 뽑기 전 텃밭 모습입니다.

제가 들르기 전 뒷밭 주인 어르신께서 모종들에 물을 주고 가신 듯했어요.
감자와 당근, 상추와 깻잎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부추도 길이는 고만고만하지만 숱이 많아졌습니다.
쑥갓은 꽃망울이 더 많아졌어요.






특히 감자는 알이 굵어지면서 땅 밖으로 드러나 푸른빛을 띠려는 녀석들이 두어 알 정도 있길래 흙을 덮어 해를 못 보게 묻어주었습니다.
급하게 하느라 사진으로는 찍어두지 못했네요.
감자는 자라다가 해를 보고 파래지면 독성이 생겨 못 먹는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일주일 전쯤 심은 모종들을 살피다가 방울토마토 잎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에 갈색으로 일부 변한 잎들이 있었는데 못 와 본 사이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황화잎마름병인지, 영양불량 때문인지, 아니면 퇴비를 주고 날짜 간격을 두지 않고 바로 모종을 심어서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합니다.
토양이 배수가 잘 안 되면 과습이 오기 쉽다는데 물을 주고 시간이 나면 마른 진흙처럼 딱딱하게 굳는 고랑 땅이 문제인 것인지...
친환경 텃밭이라 농약 사용은 불가하고, 농사로나 여러 사이트를 찾아봐도 초보인 저는 단번에 원인을 찾기가 어렵네요.
별도리 없이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래도 고추 모종은 살 때부터 달려있던 열매가 좀 더 커진 듯해 시름을 덜었습니다.
바쁜 일도 마무리되어가고 있으니 이제 자주 밭에 걸음을 해야겠어요.

공심채 파종
이제 양배추를 뽑고 공심채 씨앗을 심습니다.
양배추를 뽑은 뒤 흙을 뒤집어가며 곱게 부수고 잡초도 뽑고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 공심채 파종 방법을 찾아보니 여러 영상이 나오던데
저는 그 자리에서 빠르게 보고 따라 하려고 10분 이내 길이의 영상 중 눈에 띄는 것으로 벼락치기 공부를 했습니다.
1. 먼저 V자 모양으로 계곡을 만들듯 길게 파종할 자리를 만들고
공심채 씨앗을 간격을 두고 떨어뜨립니다.

파종 간격을 자로 재보진 않았지만 저는 밭도 좁고 두둑도 작아서 일단 좀 좁은 간격 5cm, 넓은 간격 10cm 정도로 두어 알씩 심었습니다.
두어 알씩 심은 이유는 혹시 발아가 잘 안 될까 봐 그렇게 한 것인데 굳이 이렇게 하시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2. V자 계곡을 평평하게 메워준다고 생각하며 씨앗을 흙으로 덮어줍니다.
3. 물을 좋아하는 공심채를 위해 물을 흠뻑 줍니다.

공심채 물 주는 김에 토양미생물도 희석해서 상추 등 두둑에 심은 다른 작물들에 토양 유산균을 뿌려 주었습니다.
파종 후 76일, 모종 정식 8일, 공심채 파종 2일 후
전날 초여름비가 솔찬히 왔는데요.
식물에게 비는 보약이라고 하지만 반나절 동안 집중된 강수량이 적지 않았던 터라
혹시 흙 위로 드러난 감자를 덮어둔 부분이 유실되진 않았을까 걱정되어 텃밭에 나가보았습니다.

다행히 흙을 뚫고 나온 감자는 없었고 감자꽃 한 송이가 피어있더라고요. 감자는 먹어만 보았지 감자에 꽃이 핀 건 처음 보는데 참 소담스럽고 예쁩니다.

당근도 어깨를 넓혀가며 쑥쑥 크고 있습니다.


부추는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잘라주지 않아서 그런지 잔디처럼 길쭉길쭉 키를 키우고 있네요.

쑥갓꽃대도 꽃망울이 맺혔던 것이 꽃봉오리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공심채는 파종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조용합니다.

밭에 온 김에 고추와 방울토마토 모종도 함께 살펴봅니다.
모종을 사 올 때부터 달려있던 풋고추들은 눈에 띄게 자랐을뿐더러 새로 열린 녀석들도 보입니다.




청양고추들도 엉덩이를 조금씩 내밀고 있어요.



이따금씩 노랗게 좀 마른 잎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이틀 전에 잎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 컸던 대추방울토마토 모종들에게도 가까이 가보았는데요.



엉덩이를 내미는 열매들과 새로 돋는 작은 잎들이 보이네요.
밭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한 고추와 방울토마토 모종들이 기특합니다.
파종 77일, 모종 정식 9일, 공심채 파종 3일 후
물을 좋아하는 공심채와 다른 작물들에 물을 주러 밭에 다녀왔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노랗게 핀 쑥갓꽃이었습니다.




풋고추와 청양고추 모종들도 적응을 해가는지 새순이 조금씩 돋아나는 것 같고요.



대추방울토마토 모종들도 새순과 열매를 조금씩 내밀며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상추와 깻잎, 당근과 감자, 부추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만 공심채 싹은 좀 더 기다려봐야겠습니다.
감자는 하지 즈음에 수확할 예정입니다.
확실히 수확할 때가 다가오니 감자 잎이 누렇게 바래며 땅 쪽으로 처지네요.
수확 전 보름 정도는 물을 말려주는 것이 좋다고 해서
감자 두둑을 제외한 밭 전체에 물을 흠뻑 주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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